치매관련사례
외할매, 그래도 오래 살아 주세요!
관리자
2005-07-08 오후 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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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외할머니는 거의 10여년 동안 치매를 앓고 계십니다. 어느 무덥던 여름날, 할머니는 어느 순간부터 말을 못하셨습니다.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는데 표현을 못하셨습니다. 그게 발단이 되어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니 결과는 뇌중풍이었습니다. 몇 달을 병원에서 치료하셨고 퇴원한 후부터 저희 엄마가 외할머니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곧 뇌중풍과 함께 치매를 앓으셨습니다. 처음에는 대, 소변을 가리셨지만 어느새 축축하게 젖은 이불이 쌓여가자 그것을 감당하기 힘드셨던 엄마는 기저귀를 샀습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가니 곧 대변도 가리지 못하셨습니다. 엄마는 아파 죽는다고 소리 지르는 할머니를 꼭 붙잡고 이를 악물고 변을 파내었습니다. 아픈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장에 변이 차서 더 큰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요.
저희 외할머니께서 주로 드시는 음식은 된장입니다. 된장으로 찌개를 끓일 때는 반드시 굵은 대파의 흰 부분과 마늘을 많이 넣습니다. 특히 겨울에 굵은 대파와 마늘 그리고 각종 야채가 듬뿍 들어있는 된장찌개는 감기 예방으로도 정말 좋은 음식입니다. 마늘은 소화도 촉진시키고 신경안정제의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굵은 대파의 흰 부분은 소화에 좋고 속을 편하게 한답니다. 그 외에 배추된장우거지국을 끓여서 드립니다. 섬유질이 듬뿍 들어있는 이런 음식은 변비예방에도 좋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두유에요! 콩은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꼭 식사를 소량으로 드리면서 간간이 두유를 드리면 평소 음식으로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이나 지방, 칼슘, 비타민을 섭취하십니다. 또 제철에 나는 과일들을 잘게 부수어서 떠먹여 드리면 할머니는 정말 좋아하세요.
수년째 다리가 뻣뻣해져서 아예 일어설 수가 없는 할머니는 늘 앉아 계시거나 누워 계시거나 합니다. 그래서 욕창이 생기는데 이를 따뜻한 물에 식초나 소금을 넣어 희석시킨 물로 닦아드렸습니다. 요즘에는 그것으로는 소독이 잘 안돼서 물로 닦고 연고를 발라드립니다. 그래도 잘 낫지는 않네요..
편찮으신 부모님 모시고 계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늘 잘 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루에도 두 세 번씩 빨아야 하는 이불과 옷가지들, 하루 종일 알 수 없는 말로 할머니를 돌보아야 하는 사람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들로 엄마는 할머니와 가끔 싸웁니다. 말귀도 못 알아듣는 할머니께 투정부리고 불만을 토로하는 엄마는 그러고 나서도 할머니 두 손을 꼭 잡고 “엄마 미안해. 내 참마음이 아니래.”하십니다. 그러면 할머니도 엄마 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그냥 멍 하니 앉아 있다가 “ 어매~! 날 밥 좀 주소. 배 고프이더.” 하십니다. 
요즘 저희 엄마의 소원은 따뜻한 봄이 오면 외할머니께 바깥 구경을 시켜드리는 것입니다.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동안 다락방에서 한 번도 바깥에 나올 수 없었던 외할머니. 이번 봄에는 고운 봄옷 한 벌 마련해서 외할머니께 입혀드리고 꼭 따뜻한 봄볕 한번 쬐어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이때까지 너무너무 힘든 일도 많았고 앞으로도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어릴 때부터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를 생각해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집안일도 열심히 돕고, 공부도 열심히 할 겁니다. 좋은 데 취업해서 돈 많~이 벌어 휠체어라도 마련해서 꼭 할머니 바깥바람 쐬어 드릴 겁니다. 
우리 할매! 오래오래 사세요! 내는 할매 없으면 몬 산다! 그러니까 내 시집가서 아 낳으면 가도 좀 봐주고 그래 해주소. 그래 해주기로 할매 내하고 약속했잖아~ 알제? 우리 오래오래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