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관련사례
치매... 나는 이렇게 했습니다.
관리자
2005-07-05 오후 3: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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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간 전화 드려 안부를 묻습니다. 그러면 우리 딸~~잘 있지? 
우리 아버지. 분명 파키슨씨병으로 긴 세월 약을 드시고 계신다.
몇 년 세월 지나면서 최근에는 잠이 많아지셨고, 말도 어눌해 지셨다.
하지만 기억력은 그만하니 지금만 같아도 몇 년은 더 곁에 계셔줄까 싶은 마음이다.
근 10년 전 큰 쇼크가 있으면서 아버지의 기억은 가끔 포로수용소에 계시던 시절로 가기도 하신다. 잠꼬대를 할라치면 자다가도 엄니를 펄쩍 뛰어넘어 움직이기도 하시고 낮에 하시던 행동을 손과 발로 다 표현하시기도 하신다.
아버지는 많은 시간을 시골에 사는 내게 오셔서 계시곤 하셨는데 잘잘하니 소일거리가 있을 때 좋아하시곤 하셨다. 지금은 내가 일을 갖고 있어 아버지가 와 계실 수 없어 엄니하고 지내심이 많아 죄송함이 크다. 시골이기에 공기 좋은 곳에 와 계시면 좋은 줄 뻔히 알면서도 나 사는 게 급해 엄니의 힘을 덜어드리지 못하고 있다. 
조금씩 아버지의 행동이 바뀌는 것을 느끼던 몇 가지는 멀쩡히 낮 시간 지내시다가도 밤에 한번씩 당황스럽게 하시곤 하셨다. 밤이면 몇 번이고 일어나 주무시는 아버지 자리를 살피는데 낯선 물체가 보여 들여다보니 낮에 신었던 장화를 쇼핑백에 담아 거실에 들여놓고 주무시고 계셔서 왜 이러실까 싶었지만 말은 못했다.
또 한날은, 일어나서 소피보러 가셔야 하는데 아버지가 그 자리에서 바지춤을 내리는 것을 보았는지, 잠결에 신랑이 요강을 들고 후다닥 움직여 아버지의 갑작스런 행동에 아무 말 않고 대처한 뒤 다시 자리에 눕히는 모습에서 순간 당황하면서도 놀랐다.
분명 정신을 자꾸 놓으심을 알겠는데....
엄니의 끌탕같은 걱정을 듣고 우리 집으로 모셔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진행되는 상항들이었다. 
엄니의 걱정들 중에서도 보면 밤에 그렇게 밖으로 돌아치는 습관이 있다고 했었다. 당신 수저하나만 들고 무언가 캐러 가야 한다고도 하고 팬티바람으로 밖으로 나가 민망하기도 했고 느닷없이 고향말을 하시면서 간나이 새끼를 찾지 않나 이불 밑으로 들어가시면서 낮은 포복하라하며 빨리 숨으라고도 하고, 전화가 오면 누구세요~하면서 아무도 없다고 뚝 끊어 버리고 나면 다시 전화하는 오빠들은 엄니한데 푸념을 하기도 한단다. 왜 모르는 척 하시는 거냐고... 헌데 내가 전화를 할 때는 그런 반응이 없었는데 억지말로 사람 기가 막히게 만든다면서 못살겠다고 그랬었던 때다.
시골로 내려와 계시면서 육 개월쯤 지났을 땐 아버지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맑아지신 게 분명 구분이 갔다. 내가 아버지랑 하는 일은 아침에 눈떠서 신랑과 애가 나가고 나면 그때부터 내 입은 나도 모르게 앵무새가 된다. 아버지...아버지....그냥 시시콜콜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아버지를 따랐다.
아침을 먹고 나면 밖으로 나가 강아지들 밥 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밭에 풀을 뽑고, 점심 전에 준비하는 참도 아버지 우리 뭐 해 먹을까? 그러면 뭘 먹자고 주문을 하시면 준비해서 아버지 이게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아버지 지금 엄마는 뭐하실까 우리 전화해서 엄마 약 올리자? 아버지 조금만 더 드셔... 이거 드시고 나면 밖에 고랑 좀 만들어줘요. 아버지 고추말뚝은 얼만큼 만들어야 되는 거지? 작년에 해 둔 것 아버지 모자라죠? 아버지 우리 점심엔 냉면 만들어 먹을까? 그러시면 그래~ 한마디지만 계속 조잘거리는 나를 바라보시는 아버지는 얼굴 가득 웃음 머금고 계시곤 하신다.
존댓말만 한다고 어른 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아기 다루듯 하면서도 섬기는 것이 정말 옳았다고 생각한다. 땀을 흘리고 있다가 들어오시면 한결 가벼워진 아버지의 모습이 희한하게도 저녁시간이 되면 약간씩 흐려지는 것은 왠지 모를 일이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면서 많이 좋아짐을 보곤 했다.
내가 생각하는 치매 치료법은 이제 치매가 시작된다면 가족의 사랑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다.
시작되는 치매라면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 시작되는 것은 엉뚱한 소리를 하시곤 했다.
: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말이 안 되는 소리로 옆 사람이 반박하게 만든다. 그럴 땐 ‘그래요’ 하고 수긍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싶다. 아니라고 박박 내 주장이 옳다고 우길 필요는 없다.
(※ 더 중요한 것은 환자도 마찬가지이지만 가까운 가족들마저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치매... 분명 아셔야 할 것은 주변 식구들이 인정하고 잘 지낼 수 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 깜빡 깜빡 정말 금방 한 소리도 모르실 때가 있다 
: 열 번, 스무 번 반복되는 이야기일지라도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드리곤 했다.

* 낯선 것에 변화를 두려워하시기도 하셨다.

* 점점 잠이 많아지시고 그것도 대낮엔 누어서 주무시고 낮에 할 행동을 밤에 부시럭거리며 참여 할라하시어 생활리듬이 깨져 직장을 다니는 사람은 절대로 함께 하기가 힘들다는 사실. 

* 식구 중에서 내가 제일 착한 사람이었고 또한 제일 무서운 사람이기도 했다: 
곰살맞게 굴 땐 한없이 싹싹하다가도 뻔한 실수를 하실 땐 아버지의 행동을 지적하며 안 되는 것과 되는 것을 지적했다. (분명 주변 식구 중에 그래도 이뻐라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이 수발 들어드리면 좋다는 의견입니다.)

* 나쁜 사람이 되기도 했다
: 그냥 편하게 낮잠 자고 누워있게만 한 것이 아니고 그 날 그 날 숙제를 드리며 일을 시켰다 “아버지~오늘은 개집 앞에 있는 그 밭 한 고랑만 만들어줘요 내일 열무 심게요~!! 그렇게 일하신 날에는 저녁잠을 깊이 편안하게 주무시곤 했다.

*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해드리면서 함께 하면 너무도 즐거워한다. 

* 아버지 어릴 적 이야기부터 기억을 더듬어 내기 위해서 아버지만 알고 있을 듯싶은 이야기를 듣자고 조근 조근 물어대면 얼굴이 환해지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그러시다가도 기억이 다 안 난다며 마무리 안 되는 이야기도 있곤 했다.

* 움직이는 게 어눌하다고 느리다고 해서 무조건 해 드리지는 않았다. 할 수 있으시지~ 하면서 지켜보다가 정히 어려워지면 조금만 거들어 드리기도 했다.

* 소식하셔야 한다고 무조건 먹는 것을 줄이면 영양상태가 떨어져 기력을 잃어버리신다.

이렇게 겪어본 경험으로는 더 많은 것이 있을 테지만 깊이 진행된 상황이라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지만, 저런 행동이 치매인가? 아닌가? 의심이 가는 초기 증세 때는 분명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이 약이 됨을 알려드립니다. 

아직까지는 정신을 다 놓고 누워 계시는 게 아닌지라 감사할 뿐인 우리아버지... 엄니가 버거움을 가끔 하소연하셔도 옆에 계심이 감사할 뿐이다
간호하시는 모든 분들 기운 내셔서 더욱 사랑하심과 감사함을 보여드리길 부탁합니다.
분명 자식인 우리들은 부모에게 품앗이하심을 기억하시길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