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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자식들 "상태 호전됐다"에 울상 짓는 기막힌 사연
관리자
2012-02-10 오전 9: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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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기 싫어 집에서 모시고 있는 장명수(가명ㆍ58)씨는 해마다 이맘때 쯤 정부가 실시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을 때마다 걱정이 크다.

장씨는 치매 어머니를 집에서 모시기 위해 정부 보조금을 받아 재가 요양 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매년 요양 등급 판정에서 1~3등급 내로 판정을 받지 못하면 80만~110만원 대의 정부 보조금이 끊기기 때문이다.

장씨는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부모님의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인데 자식으로서 기쁘긴 하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면서 "일시 호전으로 등급외 판정을 받을 경우 정부 보조금을 하나도 못 받게 돼 경제적 타격이 엄청나다"고 호소했다.

정부가 시행중인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의 요양 등급 판정에 대해 터져나오는 불만의 목소리중 하나다. 의료진이 한 번 방문해 조사한 결과를 근거로 보조금 지급 여부를 판정하는데 부정확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9일 인천시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전국적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가 실시되면서 65세 이상 노인 또는 65세 미만의 자로서 치매ㆍ중풍(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요양 시설 입소 또는 재가 도우미 서비스 제공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은 매년 등급 판정을 통해 1~3등급 판정을 받으면 ''수급자''가 돼 각각 87만8900원(3등급), 103만700원(2등급), 114만600원(1등급)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등급 판정은 건보공단이 방문 조사하고 시ㆍ군ㆍ구 등급판정위원회가 결정한다.

그렇지만 심각한 질환을 갖고 있는 데도 등급외 판정을 받아 수급자 대상에서 제외돼 보호자들이 큰 경제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31일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신청자 중 전국에서 등급내 판정을 받아 수급 대상자가 된 비율은 53% 밖에 되지 않는다. 그중 인천은 3만260명이 신청해 1만777명이 인정받아 약 59%만 수급 대상자가 됐다. 전국에서는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급여 신청자들이 ''등급외'' 판정을 받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0년 기준 치매환자는 46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장씨처럼 재가 치매 환자 보호자들은 환자의 상태가 기복이 심한데도 간호사ㆍ물리치료사ㆍ사회복지사 등의 1회 방문해 조사한 것을 근거로 등급 판정을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다. 반면, 시설에 수용된 치매 환자들은 비교적 오랜 기간 점검된 건강 상태가 시ㆍ군ㆍ구 등급 판정위원회에서 반영되고 등급 판정이 이뤄지고 있다.

장씨는 "치매 환자들은 정상인것처럼 보이다가도 금새 다시 치매상태로 돌아가서 상태가 갈수록 나빠진다"면서 "간호사가 잠깐 집에 와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 본 게 전부이면서 ''상태가 호전됐다''고 등급외 판정을 내려 황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건보공단측에 재가 환자도 정기점검한 건강 상태를 등급 판정에 반영하도록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측은 "등급외 치매 환자들을 위해 각 지자체들과 연계해 노인돌봄종합서비스, 맞춤형 방문건강관리, 목욕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치매 환자 등급 판정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매 환자에게 가점을 부여해 약 6000여명에게 추가로 등급내 판정을 해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해명했다.

[기사출처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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