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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중앙일보 "노인 환자들 돌볼 시설이 없다"
관리자
2004-12-18 오전 9: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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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환자들 돌볼 시설이 없다" 
 
[중앙일보 2004-12-06 06:26]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 1 결혼 10년째인 주부 박모(38.인천)씨에게 개인 생활은 전혀 없다. 시어머니(80)에게 거의 24시간 매달려 있다. 결혼 직후 시어머니에게 중풍이 왔다. 4년 전에는 치매까지 겹쳤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할 정도로 증세가 심하다.이렇게 살다 보니 최근 자신도 우울증에 걸려 치료를 받았다. 

지난 6월 시어머니를 부축하다가 허리를 다쳐 한 달간 손윗동서 집에 시어머니를 맡겼다. 동서가 "시어머니를 계속 수발하라고 하면 이혼하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다시 집으로 모셔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남편과 시아주버니가 크게 다퉜다. 박씨는 "시어머니를 유료 요양시설로 보내고 싶어도 월 150만원이 넘는 돈을 댈 방법이 없다"고 한숨 지었다. 


# 2 충북 제천에 사는 김모(58)씨는 2000년 1월 직장암에 걸렸다. 이후 폐와 고관절로 암세포가 퍼지면서 지난 5월 말기 선고를 받았다. 서울대병원 측은 "항암치료를 해봤자 병세가 나아지지 않으니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시설인 호스피스 센터에 가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에서 월 100만원이 넘게 드는 호스피스 센터는 '그림의 떡'이었다. 김씨는 집에서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효과가 없어 뼛속을 파고드는 고통을 참다가 지난 9월 말 세상을 떴다. 


치매, 중풍…. 주로 삶의 막바지에 찾아오는 병이다. 하지만 이런 병에 걸린 환자들이 갈 곳은 거의 없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환자는 급증하는데 이들을 돌볼 시스템도, 시설도 턱없이 부실하다. 치매.중풍 등 노인병으로 의료기관의 치료와 장기 요양시설의 보호를 받아야 할 환자는 현재 62만여명. 하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사람은 6%인 4만여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환자 58만명과 그 가족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국.독일에서는 이런 환자의 20% 이상을 전문시설에서 보호하고 있다. 


전국 600여개의 치매.중풍 환자 요양시설 입소자의 90% 이상은 극빈층(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다. 입소 자격이 주로 극빈층이기 때문이다. 80여개의 민간 유료 요양시설(월 100만~250만원)은 주로 상류층이 이용하고 있다. 정작 중산층.서민층이 갈 수 있는 시설은 20여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증세가 심한 중풍.치매 환자가 갈 전문요양시설은 전국에 한 곳도 없다. 이 과정에서 환자 수발을 위해 가족들이 직장을 그만두는 등 연간 4조원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보건복지부 추산).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간병비(월 100만원가량)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도 없다. 


매년 암 등 말기 질환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6만여명. 이 중 편안한 임종을 도와주는 시설인 호스피스 센터에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2~5%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74곳, 253개 병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말기 환자의 39.2%가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으며 임종한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과장은 "요양 및 호스피스 시설을 대폭 늘리고 건강보험을 적용하며 환자 수발의 책임을 사회가 떠안는 등 고령화 사회에 맞춰 틀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sssh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