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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조선일보 "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식욕도 없어지고… "
관리자
2004-12-18 오전 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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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이곳저곳 아프고… 식욕도 없어지고… "
 
[조선일보 2004-12-07 17:37]     
 
 
우리 할아버지 혹시 우울증?
전체노인 10~15%가 고통 
신체질환 문제부터 해결 
심리·정신치료 병행해야


[조선일보 임호준 기자]

서울 방이동에 거주하는 김모(73) 할아버지는 두세 달 전부터 평소 130/95㎜/Hg 수준이던 혈압이 160/110㎜/Hg 수준으로 치솟아 약을 복용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몸이 안 좋다”며 즐기던 등산과 운동도 하지 않았고, TV를 켜 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일이 많아졌다. 가끔씩 아들·손자 이름도 헷갈리고 판단력도 흐려지는 등 치매가 의심되기도 했다. 장모로부터 얘기를 전해들은 사위(내과 의사)는 장인을 종합병원 정신과에 보냈고, 김씨는 ‘노인성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보름 정도 ‘SSRI’ 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상담치료를 받은 결과 뚜렷했던 정신·신체 증상이 많이 사라졌다. 사위 박모(42)씨는 “자살, 치매, 뇌졸중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노인성 우울증을 조기에 발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체 노인의 10~15%로 추정되는 우울증 환자들이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 노인성 우울증의 증상은 보통의 우울증과 증상이 다를 뿐 아니라, 노화의 일반적 현상과도 구분이 쉽지 않기 때문. 노인 우울증은 그러나 자살, 뇌졸중, 심근경색, 치매 등으로 발전할 수 있어 조기발견과 치료가 특히 중요하다.

◆증상=신체적 증상이 더 우세한 게 특징이다. 환자들은 직접적으로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대신 팔, 다리, 머리, 속(위)이 아프다고 말하거나, 단순히 “몸 이곳저곳이 안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의 건강에 대해 강박적으로 불안해하거나 걱정을 한다. 때로는 기억력이나 인지력에 문제가 생겨 치매와 혼동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가성(假性) 치매’라 한다. 그 밖에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거나, 갑자기 술을 자주 마시거나, 잠을 자지 못하거나 반대로 잠을 너무 자주 자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식욕이 왕성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은 우울증이 있어도 알아채기가 쉽지 않으므로 함께 사는 가족들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원인=직업의 상실, 가정과 사회에서의 역할 상실, 경제적 궁핍, 배우자 사별 등 노인들의 심리·사회적 취약성이 노인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일시적 뇌경색이 일어나 뇌 세포가 파괴된 경우에도 우울증이 올 수 있는데 이를 ‘혈관성 우울증’이라 한다. 심장질환, 통증 유발 질환, 갱년기 장애 같은 그 밖의 신체 질환도 중요한 원인이 되며, 큰 수술을 앞두고, 또는 받고 난 뒤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심각성=노인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전체 자살자 1만932명 중 33.04%인 3612명이 노인인데, 이들 중 대부분이 우울증 환자일 것으로 전문의들은 추정한다. 또 혈관성 우울증을 방치할 경우 혈관이 계속 손상돼 치매나 뇌졸중, 심근경색 등 더 심각한 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관성 우울증이 아닌 경우에도 우울증이 있으면 뇌 신경전달물질이 쉽게 고갈돼 뇌세포가 더 빨리 파괴된다.


◆치료=우울증을 초래한 것으로 보이는 뇌졸중·관절염 등 신체 질환부터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약물치료에 쓰이는 SSRI 등의 항우울제는 치료효과가 매우 좋지만 증상이 사라졌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노인성 우울증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6개월 정도 꾸준히 치료해야 하며, 재발한 경우엔 최소 12개월 정도 치료해야 한다. SSRI 등 항우울제는 과거보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구역질, 설사, 불면, 두통, 흥분, 식욕감소, 기립성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의사와 상의해 약을 바꿔야 한다. 환자가 약물치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심리·정신치료를 하며, 경우에 따라 가족치료, 전기경련치료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도움말 오병훈·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김도훈·한림의대 정신과 교수 )

(임호준기자 [ imhoj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