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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한겨레 "알츠하이머 유전자는 왜 계속될까"
관리자
2004-12-18 오전 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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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유전자는 왜 계속될까" 
 
[한겨레 2004-12-05 20:42]  
 
 

[한겨레] 
"내 머릿 속의 지우개"라는 영화는 말 그대로 머리 속의 기억을 지우개로 지우듯이 기억이 하나씩 사라지는 병에 걸린 주인공의 이야기다. 건설회사 사장의 딸인 김수진(손예진)은 현장 목수인 철수(정우성)를 사랑하게 된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의 전형적인 구조가 다 그렇듯이 힘들게 얻은 행복 앞에 알츠하이머병이라는 큰 시련이 닥치게 된다. 다소 진부한 이야기 구조이지만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화 속에서는 아름다운 기억만 서서히 지워질 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 병에 걸린 뒤 2년 정도 지나면 인지기능이 떨어져 자기관리가 어렵게 되며, 여러 가지 합병증 대문에 평균 10년 정도 살 수 있다. 완전히 인격이 파탄나는 현실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달리 단순히 기억 능력에만 이상이 있는 수진의 증세는 해리성 기억상실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한다.

수진과 같이 20대가 이 병에 걸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것은 이 병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노인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유전과 환경에 의해 발병률이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19번 염색체 상의 아포리포 단백질 이(E)4를 만드는 유전자와 관련이 많다. 이 유전자에는 2, 3, 4의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4형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또한 21번 염색체 이상인 다운증후군 환자의 경우도 이 병이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이 유전과 관계가 있다면 진화론의 관점에서 볼 때 왜 이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의 경우 아프리카 흑인들 사이에 높은 빈도로 발생하는 유전병인데, 이 병의 경우 빈혈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뇌염에 걸리지는 않게 한다. 따라서 뇌염에 걸려 죽는 것보다 빈혈에 걸리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 유전자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경우에도 개체에 어떤 유리함을 제공하였을 수도 있다. 물론 이때까지 인류의 수명이 이렇게 높아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노년에 발병하는 이 유전자가 진화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딥블루시>에서는 상어의 뇌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처럼 치매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1년 예산보다 많은 돈을 연구에 투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치료제는 개발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 병이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가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아주 무서운 병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점점 고령화해 감으로써 더욱더 많은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발생할 것이다. 다소 현실과 차이는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치매를 당사자들만의 고통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우리 모두의 문제로 삼아야겠다. 최원석/김천중앙고 교사 nettrek@chol.com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