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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KBS취재파일 “나를 찾아주세요”
관리자
2004-11-01 오전 1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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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4321] “나를 찾아주세요”

*오프닝 멘트: 
얼마전 치매에 걸린 아내와 동반자살한 92살 노인의 불행은 치매가 한 가정에 얼마나 큰 고통인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치매는 조기진단과 치료만 이뤄지면 종류에 따라 완치도 가능한 병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는 노인증세로 생각해 안타깝게도 병을 키우고 있습니다. 현재 85살이 넘으면 절반이 치매 증세를 보이지만 고령화로 치닫는 우리 사회는 이에 대한 준비도 전혀 돼 있지 않습니다.

*김형덕 기자:
지난 5일, 92살의 한 노인이, 아내를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78년을 함께 살아왔고 일 년 전 치매에 걸려 정성으로 돌봐온 아내였습니다. 어려운 살림에도 효심이 깊었던 자식들에겐 폐지를 주워 마련한 장례비 250만원과 유서를 남겼습니다.
살만치 살고 가니 너무 슬퍼마라. 제일 서운한 딸들을 못보고 가니 아비 눈에서 눈물이 나온다. 78년이나 함께 산 처를 죽인 독한 남편이 불쌍하구나…
평소 밝은 모습이던 할아버지가 그런 고통을 안고 사는지 주위에선 전혀 몰랐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말씀은 안 하셔도 항상 웃으시니까. 목요일 날 쓰레기 재활용하는 것도 당신이 다 깨끗이 하고 젊은 사람들 아무렇게 해 놓으면 손가락질 하면서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다시 깨끗이 하고. 정신력이 대단한 거지.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 알았지 오죽하면 할머니를 죽였겠나, 본인도 자살하고….”

*김형덕 기자:
중년의 딸이 칠순의 아버지를 아이 어르듯 합니다. 공기업의 고위직을 지냈고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던 아버지는 6년 전에 이상한 낌새를 보이더니 3년 전부터 치매 증세가 심해졌습니다. 

*치매 가족:
“어느 날 머릿속이 텅 빈 것 같다고 백지장 같데요. 우리가 그 말을 이해 못했어요. 그리고서 아버님이 성당활동을 안 하시더라구요. 근데 그리고도 한 3년 정도는 일상생활하고 대화 다 됐어요. 그랬는데 저희 어머니가 그 사이에 돌아가셨거든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심해지신 거에요.” 

*김형덕 기자:
이젠 말은 하면서도 제대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아버지…직장생활을 하는 자신은 물론 
가족들의 생활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치매 가족: 
“아기 돌보듯이 사실은 부모도 돌봐야 되는 거예요. 정신연령이 딱 그 정도거든요.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같이 손잡고 나갔다 오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데 내일을 제껴 두고 부모하고 놀아줄 수는 없는 거에요. 이렇게 정신적인 치매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들 고통스럽게 하면 오래 살 필요가 없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근데 저는 제 아버지니까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최대한 나빠지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시다가 돌아가시길 바라지만 저도 걸릴 수 있잖아요. 가족력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저는 오래 살고 싶지 않아요.”

*김형덕 기자:
이제 와서 너무 아쉬운 건 치매증세가 심해진 최근에야 병원을 찾은 것입니다.

*치매가족:
“우리는 그 증상이 노화과정인줄 알았지 그게 병이 발병해서 진행되고 있는 건 줄 몰랐던 거예요. 저희가 치매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거예요. 너무 몰라서 지나고 난 다음에서야 그게 사인이 온 거였는데 우리가 때를 놓치는 거죠.”


치매 전문 병동이 있는 
서울시립 서대문 병원…

*김형덕 기자:
최운식 할아버지는 명문대 출신의 멋쟁이 할아버지로 병원에서 유명합니다.
(대통령 이름을 거꾸로 쭉 이야기 해볼수 있어요? 예, 그럼 얘기해 보세요.) -현무암처럼 없는 땅도 잘 가꾸면 노대통령 같이 또 빛나리? (그전에 대통령은 누구에요?) – 김영삼- (그전에는?)

*김형덕 기자:
유머까지 구사할 만큼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최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습니다.

*최경자/간호사: 
“이렇게 아닌 얘기를 막 하시고요. 질문 아닌 얘기를 막 하시잖아요. 그리고 기억도 옛날 기억 있는 것 있을 때도 있고 제대로 지금 기억력도 지금 없으신 거죠.”

*최윤식/67살:
“처음엔 그랬어요. 지금은 이제 그게 전부 돌아왔는데 연결이 안되지. 대화가…”

*김형덕 기자:
석 달 간 입원 치료에 이젠 증세가 크게 나아졌습니다.

*이은아/서울시립 서대문병원 신경과장:
“치료를 안받으시면 지금 저 모습이 유지가 안되죠. 그러니까 아침에 본 일들을 더 기억을 못하고 심지어는 불과 10분전의 일들도 기억을 못해요.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하고도 어떤 일상생활이 이뤄질 수 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가족들하고도 괴리가 생기게 되는 거고요…” 지나온 삶을 앗아가는 병, 치매 !

*김형덕 기자:
기억을 잃어가는 증세는 비슷하지만 그 종류는 여러가집니다. 퇴행성인 알츠하이머가 가장 많고 또 고혈압 등에서 오는 혈관성 치매가 35% 내외며 나머지는 알코올성 치매 등 다양합니다. 

*양동원/여의도 성모병원 신경과: 
“혈관 치매는 근본적으로 예방이 가능한 병이고요.그리고 조기 발견해서 뇌졸증 생기는 것을 예방하게 되면 그 부분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이 혈관적 치매인 경우에도 너무 늦게 오시는 경우에는 치매가, 치료가 불가능하죠.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경우 최근 들어서는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와 있고요.”

*김형덕 기자:
아침 체조 겸 노래를 통해 몸을 일깨우는 시간…의료진들은 단순한 율동과 동작도 
인내심 있게 유도합니다. 대부분 중증의 치매증세로 따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굳어진 손동작과 감각을 일깨우는 바느질도 치료 과정의 하나입니다. 통상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 집중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병원 측은 이런 치료들이 나름의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박경옥/간호사: 
“자꾸 반복적인 행동을 하다 보면 뇌도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게끔, 순환이 되게끔 도와주는게 필요한 거고, 그게 저희도 절실히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거죠.”

*김형덕 기자:
치매는 오랫 동안 불치의 노화증세로 인식돼오다 최근 들어 치료약이 속속 개발되고 새로운 치료법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은아/서울시립 서대문병원 신경과장:
“알츠하이머병 같은 경우도 레이건 대통령이 걸리면서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죠. 사실 불행하게도 그분이 걸렸을 땐 치료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후로 많은 연구비가 투자가 됐고 많은 의사들이 매달려서 어쨌든 좋은 약이 개발됐는데 지금 현재까지 개발돼 있는 약들은 완전한 치료제라고는 할 수 없고…”

*김형덕 기자:
그러나 치료를 받고 있는 치매환자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65살 이상 노인의 10%인 40 만 명 내외가 치매환자로 추산되지만 이 가운데 5%, 2만 명만이 치료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또 치매 치료는 거의 국가 지원이 없이 가족만의 몫입니다. 그래서 치매 환자가 생기면 흔들리는 가정이 적지 않습니다.

*이성희/한국치매 가족협회장:
“무료 노인들은 평생 보호를 받습니다. 그러나 일반에서 세금을 낸 우리 국민들은 혜택을 받을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 볼 때 국가에서는 우리 일반에게 모든 것을 다 받아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은 어려울 때, 그런 때는 사회적인 효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형덕 기자:
77살의 박봉화 할아버지는 치매인과 함께 산다고 말합니다. 10년 전, 말기 간암도 기적적으로 이겨낸 아내지만 치매의 늪에 빠져 이젠 말도 하지 못합니다. 교수까지 지낸 박 할아버지는 5년 전부턴 아내 옆에만 있습니다.

*박봉화/77살, 경기도 양평군 석장리:
“옛날엔 날 해줬는데 지금은 내가 해주는 거지. 그때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겠지 뭐. 몰라 내가 그땐 귀여워 보였는지 몰라도 나는 이여자 아주 귀엽다고..”

*김형덕 기자: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를 위해 일흔이 넘은 나이에 한식과 일식, 중식 요리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그러나 해가 다르게 증세가 심해져 이젠 소용이 없습니다. 갖은 영양식이 들어간 할아버지만의 액체식을 다시 개발해 끼니때마다 정성스럽게 준비합니다. 사랑해온 기억도 까맣게 잊은 아내와의 노년이 안타깝지 않을까?

*박봉화/77살:
“안타깝다는 건 이제 과거를 생각했기 때문에 그러는 건데 가능하지 않을 걸 지금 왜 생각해 전혀 그런 거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제 그건 앞으로 뭐 희망을 가지고 이런 거 어쩌고 하지만 난 그런 희망 자체가 없어. 지금 현재가 제일 좋다 이거야.” 

*김형덕 기자:
박 할아버지는 매일 양평에서 서울을 기차로 오고 갑니다. 6치매 치료 프로그램에 아내를 참가시켜 증세가 더 나빠지는 걸 막기위해섭니다.

*클로징 멘트: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사회..85살이 되면 절반이 치매 환자가 됩니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치매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각오해야 합니다. 살아온 평생 추억 속의 가족을 잃는 건 더 큰 비용입니다.
 
김형덕 기자  
입력 시간 : 2004.10.18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