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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기사> 국민일보 [노인의 날―치매 35만명 시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관리자
2004-12-02 오후 12: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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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치매 35만명 시대] “겪어보지 않고는 모른다” 고통받는 가족들 사례 
기사입력 : 2004.10.01, 18:49 


치매는 환자도 힘들지만 환자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 큰 고통을 준다. 치매환자의 가족들 대부분은 “겪지 않은 사람은 우리의 고통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요양 및 치료시설 확대 등 사회적 지원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년전 치매판정을 받은 시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는 백모(29)씨는 1일 이날도 시어머니를 방에 가둬두고 장을 보러 집밖으로 나왔다.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백씨의 말이다. 

백씨는 “그냥 두고 가면 집안을 돌아다니며 마구 어지럽혀 놓을 뿐아니라 집밖으로 나간 뒤 사라져 2∼3일간 찾지 못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방문을 잠가둔다고 해서 말썽없이 지나가는 것은 아니다. 집을 3∼4시간쯤 비우면 시어머니는 벽과 방바닥,장롱 등에 어김없이 대변을 남긴다. 백씨는 “한때는 아기용 기저귀를 사용해봤으나 소용이 없었다”며 “대소변에 관해서는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주변의 시선도 백씨를 힘들게 한다. 지난달에는 연립주택 위층의 주인이 ‘어디선가 썩는 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해 한바탕 소동을 치르기도 했다. 백씨는 “다른 것은 다 참아왔지만 이웃주민들까지 나서서 이사가라고 요구할 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백씨는 “예전부터 요양시설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용료가 너무 비싸 보낼 수 없었다”며 “적당한 곳이 있으면 하루빨리 어머니를 모실 생각”이라고 말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87)를 10년째 간병하고 있는 전모(65)씨는 어머니의 치매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고 직장까지 그만둔 경우다. 전씨 어머니는 1995년 치매판정을 받았다. 증상은 식탐. 눈에 보이는 것은 뭐든지 먹어댔다. 부인과 아들,딸은 3년여 정도까지 잘 버텼지만 어머니의 증상이 심해지자 도저히 같이 못살겠다며 함께 집을 나갔다. 

아무도 어머니를 돌볼 수 없게되자 전씨는 25년을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어머니를 간병했다. 하루에 10여차례 이상 대소변을 치워야했다. 손님이 먹을 것을 사들고 찾아오면 어머니가 보지 못하게 숨기기부터 했다.

요즘 전씨의 가장 큰 근심은 경제적 문제. 퇴직금으로 받아놨던 8000여만원도 그동안 치료비와 생활비 등으로 모두 탕진한 상태다. 

전씨는 “그동안 나를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며 “언론보도에서 자식이 치매노인을 폭행했다는기사가 나올 때 이해가 갈 정도”라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치매발생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40∼50대 치매환자들로 인한 가족들의 고민상담도 줄을 잇고 있다. 낮시간 동안 가족들이 모두 직장에 나가는 김모(27•여)씨 가족은 최근 치매판정을 받은 어머니(58)를 돌봐줄 시설을 구했으나 찾지 못했다. 

대부분 치매관련 시설에서 65세 이상 치매환자만 받기 때문. 김씨는 “정부지원 때문인지 60세가 안되는 환자들은 대부분 시설에서 받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김씨는 최근 아침마다 어머니를 인근 친척집에 데려다주고 출근한다. 친척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 김씨는 “대부분 친척들이 한 번은 받아주지만 2번째는 등을 돌린다”며 “도대체,어디로 어머니를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동권기자 danchung@kmib.co.kr